달이 고요한 세상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얼굴을 젖혀 하늘을 바라보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별자리는 오리온성좌입니다. 겨울철 별자리인데 시간이 늦어서 볼 수 있나 봅니다.

  툭하면 울기를 잘하는 저는 물고기자리입니다. 대한민국남아는 물고기성좌를 타고 태어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평생에 세 번만 울어야 하는 게 대한민국 남자들의 숙명이니 말이죠. 태어날 때, 부모님 돌아가셨을 때, 국상이 났을 때... 도합 세번이랍니다.^^

  이번 가을에는 밭을 얻어 배추도 심고 총각무와 쥐꼬리무도 심었습니다. 배추 값이 오른다할 때는 기분이 계속 업그레이드되더니 폭락이라는 기사가 뜨니 다소 심드렁해지는 군요. 남의 불행이 자신의 행복이라는 말이 실감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그나저나 비가 좀 와야 할 것 같습니다. 배춧잎과 무잎도 단풍이 들기 시작하네요.

  가을이 깊어지니 허허로운 시간만 길어집니다. 언제부턴가 한숨도 늘고 멍해집니다. 사계절 중 가을에만 겪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청탁 받은 콩트 써 보내고, 단편 두어 개 완성하면 해가 바뀌겠죠. 글을 책으로 엮어봐야 팔리지 않는 시대를 살다보니 서글픔이 밀려옵니다. 그래도 제겐 배추와 무보다 더 중요한 게 글쓰기입니다.

  뇌의 용량이 486컴퓨터 정도라서, 만들어봐야 메이드인차이나 제품처럼 허접한 작품인 것같습니다만 계속 써야겠죠. 매수와 내용이 제대로 된 장편 두어 편은 꼭 만들겠습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에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