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세미티는 그랜드 캐니언, 옐로스톤과 더불어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국립공원이다. 우리가 맨 먼저 사진을 찍기위해 하차했던 장소는,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었다. 그 부근은 암벽등반을 하는 하이킹 족들이 즐겨 찾는 명소라 한다.

하프돔과 면사포폭포수가 유명하다는데 하프돔을 정면에 두고 찍은 사진이 없다. 위쪽의 사진을 잘 보면 하프돔이 바위들 틈에 자리하고 있다. 하프돔은 북한산의 인수봉처럼, 바위 위에 바위가 하프 모양으로 얹혀져 있어 붙여진 이름인 듯하다. 암벽의 꼭대기에서 떨어지는 폭포수는 마치 실오라기처럼 보인다. 면사포폭포 라는 이름을 가졌으니 비가 넉넉히 와야지만 이름에 걸맞는 폭포가 될 것 같다.

요세미티국립공원은 바위산과 아름드리나무들이 명소를 만들고 있는 듯했다. 우리는 차 안에서 양쪽의 숲을 구경했다. 차가 얼마 더 달리자 테나야라는 호수가 나타났다. 캐나다 록키 중 레이크루이스와 비슷한 외모(?)를 가진 호수였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물빛도 그렇고 주변 풍경도 레이크 루이스에 뒤쳐지는 느낌이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에는 산재해 있는 호수가 꽤 많은데 테나야는 작은 편에 속한다.

그 다음에 만난 모노라는 이름이 붙은 호수는 바다라고 해도 속을 만큼 규모가 컸다. 표지석이 하나 있어서 제목을 더듬더듬 읽어보니 물의 높이가 바뀔 때가 있다는 것 같다. 주의하라며 표지석을 세워 놓았겠지 생각하면서 잔글씨는 읽지 않았다.  영어 단어와 씨름을 해야하니 그런식으로 피해버리는 것이 상책이다.

노란꽃이 예뻐서 사진을 몇 장 더 찍었다. 오솔길처럼 나 있는 길을 따라가다 뱀을 보기도 했다. 한참동안 나무의자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았는데, 휴식을 취하기 알맞은 장소였다.

그 후로도 호수를 몇 개 더 보았지만 차를 세우지는 않았다. 길을 따라 달리다 보니 불에 타버린 나무들이 너무 많다. 특히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남쪽은 나무들이 울창한데 군데군데 타버려서 아쉬움이 컸다. 불탄 장소들은 스산한 풍경으로 차창을 스쳐 지나간다. 잊어버릴만하면 캘리포니아서 들려오는 산불소식이니 당연하다 싶기도 하다.

전날도, 그날도 저 멀리 하늘에 구름처럼 깔린 연기를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봄철 건조기에 산불이 나지만 캘리포니아는 사시사철 불이 난다는 것. 여름에는 더운 기온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다음날도 우리는 캘리포니아의 국립공원을 누볐다. 그랜드캐니언을 들른 이후부터는 계속 국립공원을 탐색했다고 하는 게 맞겠다. 국립공원에서 국립공원으로 이어진 도로가 오리건 주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매드퍼드. 

길을 따라 가다보니 모노호수보다 더 큰 타호호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타호호는 상당히 운치가 있는 호수이다. 하프돔이 있는 요세미티국립공원의 남쪽 도로와는 달리 북쪽으로는 11월쯤부터는 통행을 차단한단다. 구부러진 길이 많고 비탈진 길이 있어 눈이 오면 위험하기 때문이라는 것. 광대한 산맥과 산맥 그 중간의 도로에서 인명사고라도 난다면 큰 문제일 것 같기는 하다.

타호호수를 뒤로하고 우리가 들를 곳은 유황분화구이다. 분화구가 위치해 있는 곳은 래슨 화산 국립공원. 도로는 점점 오르막이 된다. 래슨 화산 국립공원에도 호수가 몇 개 된다는 것 같은데 우리는 에메랄드 호수만 들르기로 했다. 구불구불한 길을 돌아서 꽤 높은 곳에 위치한 에메랄드호수. 물이 너무 물이 맑아 나는 한 모금 마셨다. 물빛은 아콰마린처럼 청초한 빛깔을 띠고 있었고 호수의 규모가 아담했다.

도로가 점점 더 구불거리고 비탈지다보니 차가 천천히 달린다. 자전거를 탄 사람들의 엉덩이가 보이고 곧이어 그들은 뒤쳐진다. 하이킹 족들이 자주 보이는 걸로 봐서는 그들의 목적지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드디어 우리는 해발 2000미터에 위치해 있다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산자락의 바위층인데 구멍이 뻥 뚫려있고 호박죽처럼 무엇인가가 지글지글 끓고 있다. 빛깔은 뻘과 흡사하다. 좀처럼 들르기 힘든 곳이라는데 한국인이 우리 말고도 한 팀이 더 있다. 길 아래쪽으로는 유황물이 흘러내려 주황빛으로 변색된 돌들이 보인다. 구멍을 보면서 우리가 밟고 있는 게 활화산인 것 같은데 괜찮을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우린 아래쪽에 펼쳐진 분화구와 그 주변의 둘레길은 가지 못했다. 워낙 긴 여정이라서 생략했던 것 같다. 하이킹 족들이 낑낑대면서 올라오는 이유는 분화구와 둘레길 때문이라는 것 같았다. 

                                                  -푸른 하늘을 덮고 있는 건 구름이 아니라 연기이다-

거기서부터는 도로가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어 좀 지루한 감이 있었다. 이제 곧 캘리포니아 주를 벗어나고 오리건 주에 들어 설 예정이다. 메드퍼드는 오리건 주의 아래쪽에 자리 잡고 있다. 꽤 오랫동안 달려 도착한 곳이 인앤 아웃버거 가게. 즉석에서 생감자를 잘라서 튀기고 버거가 신선해서, 꽤 인기 있는 햄버거 가게라고 한다.

메뉴는 햄버거, 치즈버거, 더불더블, 감자튀김 뿐이지만 사람들의 줄이 참 길다. 다만 음식은 재빨리 나오는 것 같다. 평소 햄버거를 먹지 않기 때문에 맛은 좋은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우린 동생네 집에 도착하기 전에 소고기를 사기 위해 마켓부터 들렀다. 미국에 가면 소고기나 실컷 먹어야지, 라는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다. 참고로 미국이나 캐나다나 소고기 가격과 돼지고기 가격이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