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면 아쉬움과 희망이 교차하지요. 저도 희망을 좀 가져 볼까요?

아주 오래전에 가졌던 꿈을 생각해봅니다. 돈을 많이 버는 일이었는데 어쩌다보니 돈이 좀 벌리더군요. 그래서 잠시 동안은 행복했고요. 그런데 2% 부족한 삶이었고, 2%를 채우기 위해 소설을 썼습니다. 그럼 이제 행복할까요?

아닙니다. 여전히 2% 부족합니다. 왜 부족한지 저도 잘 모릅니다. 어차피 제가 원하는 무엇인가가 채워져도 또 다시 2%가 부족할 것 같거든요. 인생이 다 그렇죠. 채워도 채워도 무엇인가 부족하게 느껴진다는 것. 아마 저처럼 나이가 많은 분들은 잘 아실 겁니다.

요새 일을 하느라 죽을 지경입니다. 마치 벽돌을 지고 빌딩 꼭대기 층까지 오르내리는 심정이랄까. 토요일까지 일을 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도 고달픈 것 같습니다.

쌍둥이 아이들도 돌봐야하고 빨래, 설거지도 제 몫이죠. 음식도 준비해야 합니다. 음식 그거 쉽지 않습니다. 하루에 두 번씩 반찬을 준비해야 하는데 매번 똑같은 반찬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머리가 아픈 거죠. 게다가 몇 주 동안 다섯살박이 아이가 유치원을 마다하는 바람에 더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고용인의 입장도 생각해야 하니까요.

아침마다 꿈에서 헤매다가 벨소리에 깨어나곤 하는데, 꿈속의 상황과 현실이 판이해서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그동안 제가 부르주아적인 사고에 빠져 지냈던 것 같습니다. 제대로 된 글을 쓰기 위해서는 노동을 마다해서는 안 된다는, 어느 작가의 조언이 떠오릅니다.

글쟁이는 삶이 만족스럽지 않다 하더라도 불만을 갖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서글픈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원하지는 않지만 싱글로 지내야 한다는 것도 저로서는 슬픈 일이고요. 아마 제가 까칠해서 여의치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런 얘기는 사족이라고 할 수 있겠고...

중요한 건 역시 글에 관한 얘기죠. 글쟁이의 길이 몹시 외롭고 힘들지만 누군가가 글을 쓰고 싶다면 말리지 못합니다. 가보지 못한 길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을 잘 아는 까닭입니다.

오래전에 써둔 어설픈 작품을 만지는 중에 일을 하게 되어서 조급한 마음입니다. 올해는 그 작품을 완성 시키고 다른 작품도 손질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작년보다는 더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해봅니다.

거의 영하를 밑도는 날씨지만 함박눈이 자주 내려서 나름 매력적인 새해입니다. 제 홈을 들러 가시는 많은 분들의 마음에도 서설이 내렸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