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문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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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드 러시 (책을 읽고...)
유미리의 소설은 어둡다. 그건 그녀의 성장 배경과 관계가 있다.
그녀는 재일교포 2세로 출생해서 초등학생 시절 이지메를 당했다. 중학생 때 부모가 결별했으며 방황하다 약물 복용 후 자살 기도를 한 이력도 있다. 가족 소설인 가족 시네마로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아쿠카다와 상을 받았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초복 날 나는 골드러시라는 책을 집어 들었다. 늘어지게 낮잠이나 자면 딱 알맞을 더위 속에서 잔인한 소설을 본다는 것이 내겐 고역이었다. 하지만 나는 소설 속에 빨려 들어갔다.
배설적인 단어를 종종 볼 수 있는 골드러시는 고베 연쇄 살인 사건인 14세 소년을 주인공으로 삼은 소설이다. 사건을 재구성하기 위해 유미리는 그 소년의 삶의 행적을 샅샅이 훑었을 게 틀림없다. 소설에는 소년이 속해있는 그 가정의 부조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비열한 방법으로 돈을 움켜쥐는 아버지와 그것을 혐오하는 어머니 사이에 자식은 어떤 존재일까?
아버지는 사생활이 복잡하다. 게다가 폭력적이다. 자식에게 필요한 것조차도 돈이면 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어머니는 좋은 사람이지만 이혼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옴으로써 자식들에 대한 책임을 져버린다는데 문제가 있다. 별거 후 종교에 귀의한 어머니는 오직 기도만으로 그 문제를 풀어나가려 하지만 자식에겐 피상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자식들이 필요로 하는 건 부모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뿐이다. 소년이 사랑을 절절하게 갈망하는 장면이 있었지만 누구도 부모를 대신해 줄 수는 없었다.
정신적인 성장이 어릴 적에 멈춘 형, 문제아인 주인공, 그리고 아직 성년이 되려면 멀었는데 매춘을 일삼는 주인공의 누나. 주인공인 14세 소년의 내면은 부모에 대한 원망과 형과 누나를 보호해야겠다는 욕구로 채워져 있다. 어른 뺨칠 정도로 생각이 앞서가기도 하지만 주인공은 이미 폭력에 노출되어있고 위험수위이다.
일찍부터 소년은 마약에 노출되어있다. 아버지의 폭력 근성은 아들에게서도 종종 엿보이기도 한다.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소년은 골프채로 몸집이 커다란 애완견을 죽인다. 아버지를 죽이고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았던 이유는 개를 죽인 경험과 선천적으로 타고난 근성과 상습적인 마약 복용으로 인한 도덕 불감증 때문이었다. (소년은 어릴 적부터 마약이나 매춘의 그늘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작가의 그로테스크한 내면 묘사에 소설을 읽는 내내 나는 허우적댔다. 마치 무너진 건물더미에 깔려 구출을 기다라는 것 같은 고통이었다 할까. 때론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책을 내던지고 싶지 않았던 것은 작가의 삶의 아픔이 절절하게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별 경험이 없다면 어떻게 그런 작품을 쓸 수 있으랴. 작가의 노련한 문장 솜씨는 나를 기죽이게 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다만 결말부분에서 작가의 생각을 드러내기 위해 좀 지루하게 끌어갔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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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2006-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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