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문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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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初夏의 일기
모자를 쓰고 물고기 잡는 도구를 챙겼다. 아주 오래전 얘기가 하나 떠오른다.
엄마,엄마... 물고기는 물고기만 잡는 것이 아니지? 새우랑 함께 잡는 거지? 그때 딸의 나이는 5살이었다. 나는 딸년의 앙증맞은 입술에서 흘러나오던 그 말이 무슨 뜻인지 한참 생각했었다. 한참 후 나는 풋 하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새우망이라는 명칭 때문에 아이는 혼란이 일었던 것이다.
장방형 모양의 고기를 잡는 그릇이 새우망이었다. 베개만한 그 망에 떡밥을 넣어 수초 밑에 두면 새우도 잡혔지만 송사리 같은 물고기도 섞여 있었다. 아이는 대야 같은 그릇에 털어 넣을 때 튀는 놈들이 새우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눈여겨보았던 것이다. 그때 딸아이는 새우망인데 왜 물고기가 잡힐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았다.
제천으로 이사를 와서 취미생활을 위해 어항을 샀다. 새우망 같은 구실을 하는 것이지만 구조는 달랐다. 주둥이가 작고 몸이 원통형인 플라스틱 그릇인데 유리처럼 투명해서 물고기를 속이기 알맞은 도구였다. 떡밥을 붙여 그 그릇을 물에 넣는데 옛날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과연 눈먼 물고기가 있을까? 언덕배기에 앉아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고 내를 바라보았다.
이름모를 새가 어항과 가까운 얕은 물로 날아든다. 그놈은 모양새가 참 우습다. 꽁지는 짧은데다 다리는 껑충하고 목은 쑥 들어가 있다. 아니 간혹 목을 쑥 뽑아내면 황새처럼 길다. 그놈은 먹이 하나를 위해 가녀린 발을 물에 담그고 꼼짝도 하지 않는다.
대체 어떤 물고기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 튀는 놈? 아님 나는 놈? 아니면 물을 거슬러 오느라 비척거리는 놈? 그놈은 예민해서 내가 쳐다만 봐도 불안한 듯 머리를 이리저리 움직인다. 어항에 고기가 잡혔나봐야 하는데 그놈 때문에 나는 꼼짝도 못하고 구름을 봤다가 내 저 끝을 바라보기도 한다.
어항을 건져 올릴 때면 그놈은 날아갔다가 내가 엉덩이를 언덕배기에 붙일 때쯤 다시 날아온다. 남쪽하늘의 구름이 서쪽 산으로 밀려 간지 오래인데 그놈은 아직 한 마리도 건져 올리지 못했다. 나는 벌써 30수는 했는데... 생각 같아서는 잡은 물고기를 그 옆 웅덩이에 몰래 던져 놓고 싶다.
꾸웩꾸웩 꽥꽥꽥... 청개구리가 울어댄다. 비가 올라나 부다. 이제 슬슬 마무리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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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2006-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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