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승 (영화)
언젠가 얘기한 적이 있지만 치매는 나이와 관계없이 오는 건가? 백발이 지름길로 온다는 얘기처럼 치매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영화 동승은 일년 전쯤 보았을까?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그리도 까맣게 잊어 버렸을까? 굳이 변명을 하자면 화보가 영화 내용의 필름이 아니고 독자적인 사진이라는 정도이다.
며칠 전 선암사를 다녀오면서 동승에 대한 생각을 줄곧 했었기 때문에 어제는 고민도 하지 않고 테잎을 뽑아 들었는데...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이런 이런...이라는 말이 튀어 나왔다.
도념은 아홉 살 난 동자승이다. 도념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언덕 위 단풍나무 아래에서 해가 저물 때까지 앉아있기도 한다. 큰스님은 지나치리 만치 엄격하게 도념과 정심을 다루지만 때론 아버지처럼 따뜻한 마음을 보이기도 한다. 총각 스님 정심은 세속에 대한 미련을 완전하게 버리지는 못한다. 독경을 하면서 잡념에 시달리던 그는 촛불에 검지를 태워 애욕을 떨구려하지만 결국 수행의 길을 포기하고 만다.
영화는 언뜻 열반으로 가는 과정을 얘기하는 것 같았다. 도념에서 정심을 거쳐 큰스님까지...물론 그 후에도 수행의 길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아들을 잃은 한 미망인이 그림자처럼 왔다 가곤 하면서 도념의 삶은 생기를 얻는다. 어머니 같던 그 미망인은 양자로 도념을 원하지만 결실을 맺지는 못한다. 영화는 도념이 세속을 향해 길을 떠남으로 끝을 맺는데...
영화는 그런 저런 이야기들을 엮어서 끌어간다. 중간 중간의 에피소드도 재미를 더한다. 영상미가 뛰어난데다 어린 도념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잘 그려내서 관객의 눈시울도 적시게 한다. 하지만 부분 부분 너무 엉성하다. 우선은 몇군데 조선시대식 대사가 눈에 거슬린다. 도념이 토끼를 잡아 가죽을 벗겼다는 대목에서 너무 안이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천진난만한 9살 짜리 아이가 그 일을 하기에는 너무 벅차다.
1940년대에 만들어진 극본이라는 영화 해설을 보면서 고개가 끄덕거려지긴 했지만 그 부분은 좀더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산사의 사계... 그 현란한 빛깔에 나는 거듭 감탄을 했다. 여행이 어려우신 분이라면 동승을 보길 권한다. 아마 오대산 월정사, 안동 봉정사, 정선 민둥산, 태백의 호산항, 순천 선암사를 두루 구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영원히 기억될만한 대사...
큰스님 : "그래 그 바위가 어디에 있더냐."
도념 : "제 마음 안에 있었습니다."
큰스님 : "이 녀석이 거짓말을 하는구나. 그 무거운 바위를 품고 있는데 왜 그리 발걸음이 가벼워?"
다음날...
큰스님 : "그래 그 바위가 어디에 있더냐?"
도념 : "마음 밖에 있었습니다."
큰스님 : "이 녀석, 또 거짓말을 하는구나. 바위가 마음 바깥에 있는데 바위를 짊어진 것처럼 걸음이 무거워? 다음부터는 단풍나무 아래에는 가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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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2006-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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