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나 경기도에서 사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피서지는 강원도일 것이다. 아랫쪽에서부터 올라오자면 울진에서부터  삼척, 동해, 묵호, 강릉, 주문진, 속초...삼박 사일 정도면 동해안을 두루두루 구경할 수 있다. 물론 수박 겉핥기식의 여행이 되겠지만.

서해안은 또 어떤가. 아산만을 지나면 서산 , 태안, 안면도. 서쪽 해안선을 타고 똑바로 내려가면 대천 해수욕장, 조금 더 내려가면 무창포 춘장대가 있다. 춘장대는 서천군에 있는데, 서천군에는 동백정과 비인이라는 명소도 있다. 거기에서 더 내려가면 부안이 나오고 채석강과 곰소가 있으며 곰소 근처에는 내소사가 있다.

강원도 해안의 명소와 서해안 쪽의 명소를 굳이 얘기한 이유는 내륙지방의 명소를 놓치기 쉽다는 얘기를 하기 위한 부연설명이라 할 수 있는데, 내륙에서도 특히 놓치기 쉬운 곳이 화양구곡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리산 쪽은 말할 것도 없고 선유동계곡이나 무주구천동 그리고 월악산 같은 곳은 나름 알려진 지역이라 할 수 있는데 화양구곡은 그렇지 않다.

내가 화양구곡을 찾았던 것은 증평으로 이사 오고 난 이후였다. 대한민국 사람들에게는 충북 괴산군이 상당히 생소한 지역이다. 내게도 괴산군에 관한 거라면 딱따구리가 많이 살고 있다는 오래된 지식밖에 없었다.

맨 처음 화양동 계곡에 갔을 때 속리산맥의 한 자락에 위치해 있다는 안내표지판을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었다. 속리산은 대한민국의 누구나가 다 알고 있는 산이니까. 법주사와 미륵불상을 모르는 사람이 몇이나 될 것이며 또 정이품송을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같은 산자락에 위치한 화양구곡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화양동 계곡의 입구에서 조금 올라가면 주차장이 있으며 주차료를 물어야 한다.  대신 입장료는 없다. 주차장을 지나면 반대편 쪽으로 연결된 다리가 나오고 다리를 지나면 운영담이라는 푯말과 마주치게 된다. 가장 사진을 많이 찍는 곳이기도 한데 계곡 건너편에 바위가 우뚝 솟아있고 바위들 틈으로 자란 나무들이 보인다. 구름의 그림자가 비친다 해서 운영담이라고 불리는데 구름은 잘 모르겠고 맑은 물에 하늘이 담겨 있다. 물론 하늘은 암록 빛의 물로 인해서 제 빛깔을 잃고 있다.

운영담을 지나면 송시열 유적지 화양서원이 있다. 1980년대에 복원된 유적지인데 송시열과 관련된 사적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관광객의 눈을 끄는 암서재는 화양서원과 다소 떨어져 있다. 계곡 건너편의 바위 위에 지어진 기와집인데 우암 송시열이 은거할 당시 학문을 연마하고 제자들을 가르친 곳이라 한다. 송시열이 1600년대 중반에 활약했던 인물이니 당시라면 깊은 골이라고 할 수 있는 화양동에 사람이 다녔을 리가 만무하달 수 있다. 따라서 밤이면 계곡물 소리 외에는 쥐죽은 듯 했을 것이니 얼마나 고즈넉했을까.

암서재가 바라다 보이는 곳에 음식점들이 모여 있으며 어느 음식점을 가나 메뉴판에 올갱이국은 꼭 끼어 있다. 민물 매운탕집도 많은데 올갱이국이나 쏘가리탕, 메기탕 종류는 괴산의 향토음식이니 맛보고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몇 번 동동주를 마셔본 경험이 있는데 요즘에는 가격을 워낙 비싸게  받기 때문에 막걸리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병 막걸리를 권하고 싶다.

나는 등산을 좋아하지 않아서 막걸리를 마시고 계곡으로 내려가 바위에 앉아있다 내려오곤 했다. 계곡이 넓기도 하거니와 몇 사람이 누울만큼 넓은 바위도 많다. 다리품을 좀 팔면 사람이 별로 없는 곳에 다다르니 조용해서 좋다. 등산을 하는 몇몇 사람들 외에는 아래쪽에서 놀기 마련인데 가끔씩 다슬기를 잡는 사람들을 볼 수도 있다. 잡아봐야 얼마 되지는 않지만 다슬기가 사는 곳이니 물은 굉장히 깨끗하다고 보면 된다.

열 번 이상 갔지만 채운사라는 절까지 걸어간 게 고작이다. 채운사는 입구에서 삼십분 정도나 걸릴까? 채운사라는 뜻은 구름에 물든 절이란다. 그날은 동아리 활동을 함께 했던 문우와 함께 채운사에 갔다가 스님을 만나 설교를 들었다. 한시간 이상을 잡혀(?) 있었는데 설교라기보다는 살아 온 얘기를 들었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홀로 절을 지키니 얘기할 상대가 필요했을 것이고 그러다보니 우리는 입에 지퍼를 채운 상태로 스님 말씀만 들어야했다. 자칫 지루한 시간이 되어버릴 수도 있었겠지만 소설의 스토리만큼이나 재미있었기 때문에 전혀 지루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피서지로는 그만인 화양구곡이지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까닭에 한 여름에도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상류 쪽으로는 인적이 드물다고 할 정도이다. 물은 넉넉하지만 깊지 않고 급류가 없다. 단 화양동 계곡은 보호차원에서 취사금지이다.

하류 쪽은 물이 많고  계곡 가운데에 평상이 마련되어 있다.  그곳에서 쉬면서 음식을 시켜 먹으면 좋다. 물이 어른들 허벅지 중간 정도나 올라올까 말까이니 아이들이 놀기에 그만이다.

청주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화양동계곡 입구까지 가는 버스가 있는데 하루에 여덟 번 운행을 한다. 승용차로 가겠다면 진천에서 청천을 거쳐 화양동으로 들어가면 된다. 화양동계곡은 속리산과 월악산 중간 지점이라고 보면 되기 때문에 화양동 계곡만 보기에 아쉬움이 남을 것 같으면 두 곳 중 한 곳을 선택해서 더 들르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