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남은 자의 슬픔
얼마전 텔레비전에서 생존이라는 주제의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3회분으로 나누어서 방영된 프로그램이었는데 부제는 벌써 잊었다(제목이 좀 길었는데...치매란 놈이 벌써 우리집 현관 문턱을 넘어 온 것만 같다). 사고현장에서 살아난 몇몇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사고가 나고 사람이 죽고...
그게 내 가까운 가족의 이야기가 아니라면 우리는 곧 잊는다. 아니 우리에겐 그런 사건들이 피상적인 얘기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현장에 있었던 사람은 어떨까? 마지막 장면은 뇌리에서 사라지지않는다는 것이다. 삶과 죽음이 그들을 갈라놓던 그 순간은.
죽음의 방향으로 간 사람에 대한 책임이 살아남은 자에게 남아있음을 그 프로그램에서 보았다. 그러니까 사고 현장의 아비규환은 살아남은 자의 몫으로 남는다는 말이었다. 특히 가족이 앞에서 처참하게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어찌하지 못하고 살아남았을 경우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더러 고통속에 살다 끝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도 있었다(5.18 사건 이십여년 후 한 남자가 자살했다는 것을 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다).
런던에서 테러 폭발이 있었고 그 참혹한 현장사진을 보았다. 걸레 조각이 된 옷가지가 반토막난 몸을 제대로 가리지도 못하고 있었다. 나머지 몸은 마치 발파작업에 날아간 돌 쪼가리처럼 아스팔트 위에 흩어져 있었다. 그렇게 마지막 인사도 못하고 가버린 사람들이 45명 또는 50여명. 부상자는 70여명...살아남은 자들의 고통은 또 시작되었다.
이슬람 단체가 관여하는 테러는 종교 전쟁이랄 수있다. 기독교와 이슬람교 간의 전쟁이다. 전쟁은 종교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일으키고 몫을 치루는 건 무고한 시민이다. 같은 신을 섬기는 그들이 서로 적이어야하는 이유는 뭘까? 아니 미국에서 말하는 하느님은 누구일까?
무고한 죽음은 또 다른 무고한 죽음을 부른다. 그런 죽음이 없는 세상은 언제 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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