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삶에 지친 여자가 차를 끌고 길을 잘못 드는 광경부터 시작이 된다. 여자의 차 헤드라이트가 멀리까지 뻗어 나가는데 그곳에는 연못으로 만든 아이스하키 장이 있다. 깜깜한 밤인데도 불구하고 한 남자가 하키를 타고 있다. 그가 남자 주인공이다. 길을 잘못 든 여자는 무심코 그 장면을 바라보면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데 이정표가 나온다. 여자는 무사히 예약 해둔 호텔로 간다.

여자는 일정대로 예약해둔 안마사에게 가서 안마를 받는다. 남자는 여자 등의 이곳 저곳을 안마하면서 몸에 뉴욕의 번잡스러움이 묻어 있다는 말을 한다. 남자의 노련한 손놀림에 여자는 눈물을 뚝뚝 흘린다. 그러고 나서 깊은 잠에 빠진다. 마음에 묘한 여운을 남긴 그와 다시 만나 악수를 할 때까지도 여자는 그가 맹인이라는 것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남자는 정상인 사람처럼 길을 걷고 차를 타기 때문이다. 여자는 지팡이를 든 남자가 무엇엔가 걸려 넘어지려 할 때 맹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더욱 끌리게 된다.

그들이 데이트를 하는데 남자가 비가 올 거라고 한다. 여자는 하늘이 말짱하다며 웃는다. 그러나 금방 검은 구름이 몰려오면서 비가 쏟아진다. 여자와 남자가 들어간 곳은 아무도 살지 않는 건물. 남자는 배수관으로 물이 타고 흐르는 걸 마치 보듯이 설명을 한다. 남자의 후각과 청각 그리고 촉각은 너무나 예민하다. 여자는 남자의 사실적인 감각(물론 남자로서는 상상력일 뿐이지만)에 너무 놀란다. 그들은 그곳에서 첫 키스를 한다.

여자는 남자와 살게 되면서 남자의 눈을 뜨게 해 주고 싶어한다. 백방으로 알아본 여자는 수술을 권하고 남자는 눈을 뜨게 된다. 남자에게 있어서 이 세상은 환희이기도 하지만 간혹 시행착오를 해야하는 낯선 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력을 회복한 기간은 고작 일년 정도일 뿐이다. 보이는 사물에 익숙해져 갈 무렵 남자는 다시 시력을 잃게 된다. 절망에 빠진 그는 스스로 여자를 떠난다. 아마 관객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하던 장면이었을 것이다.

얼만큼의 시간이 흐른 후... 지팡이와 개 한 마리를 옆에 두고 벤치에 앉아 창공에 시선을 둔 남자를 한 여인이 찾는다. 물론 그녀다. 아마 닥터 지바고를 본 후 그러니까 이십여 년만에 펑펑 울면서 봤던 영화였을 것이다.

실화를 영화로 만들었다 한다. 발킬머가 맹인으로 나온다. 참! 비디오 가게에서 먼지 쓴 비디오 테잎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