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모 콤플렉스 ( 1 )
내 경우엔 상체가 좀 큰편이라 허리선이 별로이다. 게다 나이가 드니 허리선은 점점 밋밋해진다. 이십 대 때에도 잘록한 허리가 아니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는 조건이기는 하지만. 다리가 길어 섹시할(?) 법도 하건만 균형 잡힌 몸이 아니라서 섹시하고는 거리가 멀다. 한국 여성의 스타일이 목이 가늘고 길며 허리 또한 길면서 유연하니 내 경우엔 늘 불만이었다.
여럿이 길을 가다보면 키 큰 여자라는 호칭이 내게 매겨지곤 했는데 그것 또한 듣기 싫은 소리였다. 아마 골격이 큰 탓에 유난히 키가 커 보이는 것 같았다. (내 키는 정확히 164센티미터다.) 남자들이 입버릇처럼 안았을 때 품에 쏙 들어오는 여자가 좋다,라는 말을 하는데 나 같은 사람에겐 상처가 되는 말이다. 하지만 나이가 드니 그런 말조차도 별게 아니다. 요즘의 중요한 걱정거리는 그게 아니니까 말이다.
내 얼굴은 통통한 편이라 (하긴 몸에도 살이 좀 많은 편이지만.--;;) 주름 걱정은 하지 않는다. 간혹 거울에서 턱살이 늘어지고 흰머리칼이 부지기수인 여자를 만나곤 하는데 그럴 때면 나도 늙어 가는구나하는 생각을 한다. 내가 적포도주 빛깔의 코팅을 시작한지도 꽤 오래 되었다.
어느 날 아는 사람의 품에 안겨있던 아이가 "머리가 빨개..." 라는 말을 하는 순간 내 머리의 빛깔이 좀 괴상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서양에서는 빨간머리가 흔해서 (빨간머리 앤이 염색을 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이상하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한국에서는 그리 자연스러운 머리 빛깔은 아니다. 물론 몇년 전쯤에는 흰 머리칼이 많지 않아서 코팅을 약하게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자연스러웠지만 지금은 그 아이의 말처럼 빨간 색에 가깝다.
염색을 해야겠지만 염색약에 대한 부정적인 얘기를 많이 들어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반백에 가까운 머리칼을 얼굴 위에 얹고 나다닐 용기도 없다. 미장원에서 다른 코팅 재료에 대한 얘길 했는데 적포도주 빛깔이 흰 머리칼을 가리기엔 제일 낫다는 말이었다.
워낙 외모에 둔한 사람인지라 나는 머리칼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고 살았다. 그런데 오늘 아침 또 복병을 만났다. 젖은 머리를 말리느라 빗고 있는데 아들이 내 머리칼을 빤히 쳐다본다.
"빨간 색으로 염색을 해서 웃겨."
"임마, 염색이 아니라 코팅이야."
나는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그나저나 두 번이나 그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좀 그렇다. 앞으로는 바깥에 나갈 때마다 사람들의 시선이 내 머리로 향하는지 신경을 쓸 것 같다. 그러니 걱정거리가 하나 늘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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