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모처럼 만두를 빚고 싶었다. 물론 아이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빚으려는 것이다. 올해 열 여섯된 아들의 식욕은 보기에 겁이 날 정도다.
텔리비전 앞에 앉아 있는 아들에게 심부름을 시키려고 부르자 인상을 구긴다. 세수를 안했다는 것이다. 어르고 달래보았지만 입만 아프다.결국 무장한 채로 문을 나섰다.
예상한 것처럼 어머어마한 추위다. 아파트 정문 앞부터 바닥은 얼음이다. 등산화를 신었는데도 발을 떼기가 무섭다. 길바닥이 양초를 칠하고 문질렀지 싶을 정도로 미끄럽다. 이럴때는 네발 짐승이 부럽다.
오는데 봉지를 든 손이 시려서 눈물이 찔끔찔끔난다. 현관문을 여는 아들에게 시장을 봐온 봉지를 내밀며 눈을 흘겼다.
만두속에 쓸 재료를 준비하면서 둘러보니 방금 들어온 고3짜리 딸은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하고 아들은 인터넷 게임에 빠져있다.
애들을 불러보았지만 귀머거리 행세다. 김치와 두부의 물기를 짜면서 한숨을 푹푹 내쉰다. 찔끔 눈물이 나려한다. 푸쉬긴은 왜 그런 시를 만들어 나를 서글프게 하는지...
하지만 우리집 애들은 눈치가 빠르다. 반죽과 만두피를 식탁에 놓고, 아이들을 부르니 달려와서 협조를 한다. 벌써부터 다시국물은 김을 모락모락 내며 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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