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면도 기행
서울에서 지낼 때는 동해나 안면도 쪽으로 여행지를 잡곤 했다. 동해에 비해 거리가 비교적 가까운 안면도였지만 당시에는 도로 사정 때문에 안면도 여행이 활성화되진 않았던 것 같았다. 물론 여름 휴가에는 찾는 이가 제법 많았지만 도로 사정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인주에서부터 삽교천까지의 끔찍함이라니... 좁은 도로위에 말줄임표처럼 한없이 늘어서 있는 승용차들과 늘 그 풍경을 담고 있던 삽교천. 그래도 안면도에 매료되어 퍽도 다녔고, 그 기억은 늘 새롭다. 지금은 당진대교 덕분에 안면도까지 약 두 시간 정도 소요된다 한다.
맨 처음 안면도에 갔을 때 경이로웠던 건 안면대교 밑의 암록빛을 띤 바닷물이었고 곧고 아름다운 소나무 숲인 자연휴양림이었다. 차가 도로를 달리는 내내 창문을 열고 적송의 향기에 취해보는 것도 상당한 묘미이다. (부연설명을 하자면 일제시대에 조성된 소나무 숲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정확히는 알 수 없다. )
두외기, 방포, 꽃지...괴상하지 않으면 예쁜 이것들은 실은 안면도의 해수욕장에 붙여진 이름이다. 낚시꾼들이 자주 찾는 곳도 이 해수욕장 근처이다. 그만큼 낚시하기에도 좋은 조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안면도가 서해에 자리 잡고 있으니 일몰도 빼놓을 수 없는데 중요한 건 일몰 때마다 해 주변에 구름이 떼 지어 몰려든다는 것이다. 해거름에 종종 해변에 서 있곤 했지만 나는 단 한번도 제대로 된 일몰을 보지 못했다.
구월 중순 쯤 안면도에 가서 망둥어 낚시를 한 적이 있다. 어느 곳에서든 낚시 줄만 늘어뜨리면 잡히는 망둥어. 나는 그놈들을 일컬어 눈멀고 귀먹었다는 얘길 자주한다. 낚시 미끼조차 제 몸뚱이 절반이면 되니 그야말로 백치 물고기이다. 또 하나... 구월은 새우 철이기도하다.
백사장 포구의 새우는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이랄까? 백사장 포구의 새우는 서울에서도 최고로 쳐준다한다. 당시 최고 상품이 킬로 그램당 2만 5천원 정도였다. 승용차로 움직이는 분들이라면 소금과 후라이팬, 가스렌지만 준비하면 아무데서나 소금구이에 소주를 마실 수 있다.
안면도의 끝은 영목항이다. 건너에 원산도라는 섬이 버티고 있고 좀더 멀리에는 대천이 있다. 물론 대천까지 배로 가면 가깝지만 영목항까지 승용차를 타고 온 분들에게는 소용없는 얘기이다.
두어 번이던가? 원산도라는 섬을 바라보며 농어회에 소주를 마셨다. 안주는 가두리 양식장에서 잡아온 농어회였다. 바다로 난 시멘트 계단에 앉아 취하는 맛이란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다. 건너편 원산도가 배처럼 출렁일 때면 집으로 돌아가기가 싫어진다. 술을 좋아하는 분들이나 그 기분을 알까?
그나마 사람이 빈번하게 다니는 계절이 아니라면 계단에 앉아 취하기는 어림도 없다. 새 둥우리만한 배를 가진 그 아줌마도 비수기에는 그곳을 떠나니까.
돌아가는 길에 서산에 들러 어리굴젓을 사가면 실속 있는 여행이 되지 않을까싶다.
|
|
김은숙 2006-06-24
|
|
산문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