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문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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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도 공간 (영화)
장국영... 그는 몇 해 전 자신이 묵던 호텔의 24층 방에서 창을 통해 뛰어내렸다. 그렇게 그는 뼈 마디마디 부러진 몸을 남기고 초월한 어느 공간으로 사라져갔다. 영화에서처럼 피로 얼룩진 바닥이 떠오른다. 그날 나는 온종일 멍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게이로서의 삶도 그에게는 부담이었겠지만 연인에게 버림받아서 그랬다는 말이 한동안 떠돌았다. 그렇듯 사랑의 상처란 때론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
시공을 초월한 공간, 현실과 유리된 공간. 이도 공간이란 대충 그렇게 이해되어지는 공간이다. 상처를 가진 한 여자가 아파트를 얻으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대부분의 스릴러물처럼 아파트 안은 약간 어둡고 붉은 빛이 감돈다. 여자의 이름은 얀인데 이혼을 한 부모는 당시 12살밖에 되지 않던 얀을 남기고 호주로 가버렸다. 게다가 얀은 사랑하던 남자에게도 배신당한 적이 있다. 얀은 모든 것에서 자신이 버림 받았다는 생각을 한다.
아파트에서 그녀는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귀신을 보곤 한다. 물론 그 아파트에도 사연은 있다. 그전에 살던 모자가 사고로 죽었으니까.
얀은 의사인 형부가 권하는 짐이라는 정신과 의사에게 치료를 받는다. 짐은 다름 아닌 장국영이다. 아직도 얼굴 어느 부분은 소년티를 벗지 않고 있는 장국영. 그의 외모를 보고 있으면 사십대 후반이 맞을까싶을 정도이다. 나는 그가 게이라는 것이 이해가 간다. 그에게서는 진한 여성성이 느껴지므로...
짐은 이런 얘기를 한다. 사람이란 남은 잘 이해하면서도 자신에 대한 이해는 어렵다고...얀은 부모로부터 버림받았기 때문에 애인에게 집착을 한다. 결국 집착이 소유욕을 낳고 그래서 얀은 애인에게 버림을 받았던 것이다. 짐은 얀에게 그런 사실들을 마음에서 지워버리지 못하면 차라리 인정을 하라한다. 그후 얀은 정상인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정작 짐은 자신의 상처를 버리지도 인정하지도 못한다. 정신과 의사이면서도 간혹 이도공간에서 지내야 하는 짐. 그에게는 자신 때문에 죽은 여자가 있었다. 고등학생 시절 사랑했던 사이였던 그 여자는 짐에 대한 배신감 때문에 짐의 눈앞에서 자살을 했다.
영화는 혼령을 보거나 혼령에게 쫓기는 장면을 보여주지만 주인공들 스스로가 만들어낸 환상이라는 것을 얘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스릴러물이면서도 약한 느낌이다. 스릴러물에 대한 기대에 부풀었던 몇몇 관객들은 실망이라는 평도 했지만 나는 다른 각도로 봤기 때문에 좋은 영화라는 생각을 했다.
정신질환은 거의 인간의 상처가 빚어낸 결과물이다. 그 상처에서 자유로워지면 자연 병은 치유가 된다. 정신질환이 그렇게 가볍게 치유될 수 있는 병은 아니겠지만 그런 치료법이 그만큼 도움은 되지 않겠는가? 게다가 영화는 헤피엔딩으로 끝을 맺었기 때문에 흘리던 눈물을 닦으면서 나는 안도를 했던 것 같다.
영화를 찍는 내내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장국영. 그는 그 영화를 마지막으로 생을 마감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가까워오면 짐은 죽기 위해 옥상의 가장자리에 선다. 저 멀리 도심을 가로지르는 바다가 보이고...그때 장국영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 영화에 출연하지 않았다면 장국영은 죽지 않았을까? 나는 간혹 바보 같은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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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2006-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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