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묘
늦잠을 방해하는 건 뻐꾸기의 자발스러운 소리이다. 그냥 뻐꾹,뻐꾹이 아니라 뻐뻐꾹,뻐뻐꾹이다. 물론 제비란 놈도 일찍부터 창문 앞 전깃줄을 제 것인 냥 차지하고 앉아 재잘대긴 한다.
제비는 현관문 바로 위쪽을 점령해 버렸다. 하필 거기에 집을 지어 요즘은 거실 쪽 유리문을 현관문 대신사용하고 있다. 벽돌집 벽면은 우둘투둘하기 때문에 집을 짓기에 안성맞춤인 모양이었다.
늦은 봄에 집을 짓기 시작하더니 아직도 알을 품고 있다. 혹 추위가 일찍 오면 우리 집 식구가 늘어날지도 모르겠다. 제대로 날지도 못하는 녀석을 어찌 강남으로 보내랴.
오늘 아침에는 쓰레기를 모아두는 뒷 베란다 문을 여니 청개구리가 눈에 띈다. 그 녀석은 검은 쓰레기 봉지 위에 웅크리고 있다.
"이 녀석 웬일이야. 귀엽네."
내 말에 딸년이 대답한다.
"일주일 전부터 거기에 있었어. "
청개구리는 내가 빤히 쳐다보자 눈을 크게 뜨더니 달리기 선수처럼 준비행동을 취한다. 볼을 씰룩거리는 걸로 봐서 곧 뜀박질할 자세다. 나는 얼른 몸을 안으로 들이밀고 베란다 문을 닫는다.
아마 쓰레기 봉지에 꼬이는 날파리 때문에 그곳에 상주하고 있었나보다. 쓰레기 봉지를 치우면 그 녀석도 떠나야 할텐데...일주일 넘게 모은 것이니 오늘은 소각장에 가야만 한다.
잠시동안 집안의 유리 그릇으로 옮겨다 놓을까? 어차피 내일이면 쓰레기가 나올 테니 말이다.
모기, 파리, 거미, 돼지벌레, 나방, 날파리, 거기에다 청개구리..그리고 제비... 이러다 집안이 동물원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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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2006-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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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