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대표적인 여행지하면 나이아가라와 록키산맥일 것이다. 캐나다 체류기간은 한 달을 잡았지만 비용문제 때문에 나이아가라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여담이지만 나이아가라를 가면 나이를 잊는다고 한다. 나이야가라(?)이니까 말이다.

내가 비행기 티켓을 끊을 무렵 딸은 로키여행과 프린스루퍼트여행을 계획했다. 록키는 조카와 함께하는 여행이니 록키의 여행 계약 건은 딸에게 수고만 시킨 셈이다.

록키는 패키지여행이어서 여행사의 일정에 따라 움직였다. 한국 관광회사였고 가이드도 한국 사람이었다. 50대의 한국 남자였는데 꽤 노련한 느낌이었다. 여행객은 한국에서 여행사를 통해서 온 사람들과 밴쿠버 외 캐나다의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까지 합해 30명이었다.

한국에서 타 여행사를 통해서 온 사람들이 거의 반을 차지하는 것 같았는데 그들은 코퀴틀람의 여행사 사무실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러운 것은 한국에서 타 여행사를 통해 온 사람들 대부분이 가족들이었다는 점이다. 패키지여행사의 사무실은 기다란 빌딩의 한 칸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그 빌딩에는 한글로 이름을 붙인 가게들이 꽤 있었다.

중간 중간에 몇 사람씩 더 태웠고 도시를 하나씩 지날 때마다 화장실에 잠깐씩 들르는 여정이었다. 우리나라의 여행버스처럼 중간에 휴게소 딱 한 번 목적지에서 하차하는 방식과는 달랐기 때문에 등허리가 아프다거나 지루함은 없었다.

중식은 메릿의 한국 식당에서 해결을 했다. 메뉴는 불고기 전골이었지만 반찬은 영 아니었다. 귀족의 찌개와 평민의 반찬 같은 그런 조화랄까. 식초에 버무린 무생채와 삶은 부로콜리 몇 조각까지 남김없이 먹었던 이유는 워낙 반찬이 부실해서였다. 나처럼 식탐이 있는 사람에겐 반찬도 넉넉해야만 한다.

3박 4일 일정의 록키산맥 투어에서 그 식단이 나름 고급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딸의 얘기로는 3박 4일간에 33만원이면 꽤 저렴한 비용이라 한다. 임의대로 숙박료와 식대, 버스대절비용을 계산해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버스에 앉아서 스쳐가는 풍경을 바라보던 나는 록키산맥의 방대함에 할 말을 잃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록키산 정상에 조개화석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억 년이나 수십 억 년 전쯤엔 록키산맥이 바닷물에 잠겨 있었다는 게 아닌가? 꼭대기에 만년설을 이고 있는 록키의 봉우리들을 바라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쳤지만 바다 밑에 가라앉아있는 록키산맥이 상상되지 않는다. 일부이긴 하지만 봉우리에 나무가 없었는데 이유는 바위 때문이 아니란다. 해발 2800미터 이상이 되면 나무가 자라지 못한다는 가이드의 설명이었다.

순간순간 지나가는 산을 바라보면서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소나무는 많지 않았고 대부분 전나무와 가문비나무였는데 하얗게 말라버린 나무가 흩트려놓은 이쑤시개처럼 쓰러져 있었다. 더러는 베어버려서 휑한 곳도 있었다. 수명이 다하여 죽는구나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우리나라의 솔잎혹파리처럼 나무의 수액을 빨아먹는 벌레 때문이란다.

병충해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고는 하지만 워낙 숲이 방대한 나라라서 손을 쓸 수가 없다한다. 자세히 보니 그 틈에서 자라는 어린 나무들도 눈에 띈다. 캐나다에서는 산에 불이 발생해도 자연적으로 소멸되도록 버려둔다는 가이드의 설명이 뒤따른다. 시간이 흐르면 벌거숭이산에도 나무가 저절로 채워질 테니까, 또 캐나다의 거대한 땅덩어리에 산림의 규모 또한 어마어마하니까 그럴 수도 있겠거니 생각을 해본다.

곳곳에 목초지는 가끔씩 눈에 띄어도 경작지는 어쩌다 눈에 띈다. 한국이라면 어떻게든 부쳐 먹을 땅들이 놀고 있는 게 놀랍다. 목재만으로도, 거기서 나오는 펄프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다는 나라 캐나다. 자원이 부족한 나라의 국민인 나는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우리가 벨 마운틴에 도착했을 때는 6시가 넘어서였다. 거의 시골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었는데 벨 마운틴이라는 이름을 새긴 커다란 이정표가 길을 가로질러 공중에 떠 있다. 우리가 탄 버스는 프리미어 마운틴 로지 호텔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방에 짐을 놓고 어둑어둑해지는 밖으로 나와 마을을 돌았다. 그곳에서도 로키산맥의 몇몇 봉우리를 볼 수가 있었다. 나와 조카는 깜깜해질 때까지 마을을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