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초기를 떠올리면 슬그머니 웃음이 나온다.

  밤새도록 자판을 토닥거리니 얼추 60매 정도이다. 말하자면 짧은 단편인 셈이다. 그게 내겐 첫 작품이었던 것 같다. 아직도 미완으로 있으나  그 작품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다.

  그  무렵 강의를 듣던 곳은 문화센터였다. 거기 회원 대부분은 마음만 앞서있지 한 줄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체 인원은 15명이나 되었지만  많아봐야 두세 작품이어서 품평을 하는 데에는 별 불편함이 없었다.

  대부분 주부들이었다. 어떤 주부는 아이의 독서지도를 위해 나왔단다. 늘 작품을 들고 나가던 나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에는 부러움이 가득했다. 첫 작품을 들고 나갔던 그날, 나는 꽤 흥분을 했었다.

  회원들의 평보다 교수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긴장이 되었다. 그분은 내게 지구력이 있고 묘사력이 있어 소설을 쓸 자격이 된다는(?) 평을 했다. 당시 문장조차 어설펐던 나는 그 얘기에 힘을 얻어 열정적인 습작생이 되었다.

  요샌 국어 교육이 달라져서 고등학교까지만 제대로 다녀도 문장은 어느 정도 구사를 할 수 있다. 퓨전이니 로맨스니 하는 작품들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이유도 진화된 국어교육의 결과라 할 수 있겠다.

  학생을 가르치는 직업을 가진 교사나 교수, 작가, 또는 기자들은 문장이 정확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나는 그들이 쓰는 글에서도 종종 비문을 발견하곤 한다. 물론 시간에 쫓겨 글을 쓰다보면 그런 오류를 범할 수는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문장마다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한심하다는 생각을 한다. 비문을 즐겨 쓰는 경우 그 습관은 영원하다고 봐야한다.

  문장에 익숙하지 않다면 만연체 문장을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 만연체 문장을 쉽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결코 쉬운 문장이 아니다. 작가들이 단문을 고집하는 이유는 대부분 속도감 때문이지만  한편 만연체의 어려움을 알기 때문일 수도 있다. 잘못 쓴 문장이 글의 중간에 있다면 마치 아스팔트에 돌이 박혀 있는 상황처럼 될 것이니까.

   글을 쓰다보면 욕심을 부리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그게 함정이다. 말하자면 지나치게 기교를 부린 문장에 올인하려 하지 말라는 얘기이다. 그 문장의 뜻이, 읽는 이들에게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는다면 기교도 멋도 다 소용이 없다. 물론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은 있다. 예를 들자면 시가 그렇다고 할 수 있겠고, 산문 중에도 시어를 쓰는 경우가 해당이 되겠다. 하지만 그걸 비문과 혼동해서는 곤란하다. 시어의 경우 의미가 어려운 문장이랄 수 있겠고, 비문은 문제가 있는 문장이라 할 수 있을 테니까.

  또한 문장은 제대로 수정을 거쳐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러 비문이 될 수도 있다. 프로가 되기 위해서는 자세부터 달라야 한다.

  만연체를 즐겨 쓰는 작가도 처음에는 단문이나 쉬운 문장으로 출발했을 가능성이 높다. 정확한 문장을 구사하게 될 무렵부터 만연체를 쓰는 것이 글쓰기의 바른 자세라고 할 수 있다.

  문장에 대한 지나친 욕심이, 지름길을 버리고 우회로를 택하는 결과를 가져다 줄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