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두센 식물원은 밴쿠버의 변두리 쪽에 있는 식물원이다. 밴쿠버의 다운타운에서 버스로 50분 정도 걸려 도착한 반두센 식물원. 골프장이던 땅을 공원으로 조성했다고 하는데 면적이 22ha나 된다고 한다. 우선 건물로 들어가니 여러가지 편의시설이 있었고 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입장권을 팔고 있었다. 입장료는 세금 포함 11불이니 꽤 비싸다고 할 수 있겠다.

반두센 식물원에서 개화하는 꽃은 700종이 넘는다한다. 하지만 유월 첫날에 갔으니 꽃을 보기에는 무리일 수밖에 없었다. 만병초가 흔했지만 그것조차도 이미 시들고 있었고 철쭉은 대부분 시들어 보기 흉했다. 이미 꽃자리까지 초록 잎이 잠식해가는 중이었다. 게다 단풍나무가 흔해서 초가을 풍경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열대식물을 기르느라 유리정원을 꾸며놓기도 하지만 반두센식물원에는 그런 종류의 건물은 아예 없었다. 반두센식물원은 자연을 최대한 살려서 만든 공원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호숫가의 늪지대는 샛노란 꽃창포로 뒤덮여있었다. 더러 보랏빛 창포도 보였다. 창포는 오월 말쯤 만개하는 것 같았다.

갈래 길이 많아서 걸어갔다가 되돌아오기도 했다. 군데군데 한국, 일본, 중국식 전통으로 정원이 꾸며놓기도 했다하는데 다 보진 못했다. 걷다보면 숨은 보물찾기처럼 조형물이 눈에 띄기도 했다.

                                                   -한국식 정자 앞 풍경-         

청둥오리가 놀던 작은 호숫가에는 키가 큰 나무들이 많았는데 꽃은 거의 흔적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호수라기보다는 웅덩이나 둠벙 크기의 자그마한 연못이었다. 그 웅덩이에 오리의 먹이인 물고기가 살고 있을지 의문이었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측백나무 미로가 있었다. 미로는 반두센 식물원에서 꽤 인기가 있는 곳이라 한다. 유모차를 끌고 가던 부부 뒤를 따라 갔는데 그들이 막다른 길로 가면 우리가 앞장서고 중간에 우리가 잘못된 길로 가면 그들이 다시 앞장을 섰다. 유모차 때문에 흙먼지를 많이 마셨다. 미로의 바닥은 사람들의 발길에 의해 푸석푸석해져있었고 측백나무도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중간에 만난 키다리 꽃이 코믹해 보여서 사진을 찍었다. 이름이 아가베 아테누아타라는 멕시코산 다육식물인데 키가 2미터가 넘는 것도 있단다. 사진 속에서는 꼿꼿하게 서 있으나 검색해보니 구부러진 채 피는 꽃도 있었다.

시든 꽃이건 뭐건 사진기에 담으며 걷다보니 출구가 보였다. 출구 주변에는 금사슬나무가 가로수처럼 서 있었고 노란 꽃이 수양버들처럼 치렁치렁 매달려 있었다.

금사슬꽃 또한 제철을 만나 흐드러지는 중이었다. 바람이 불 때면 같은 방향으로 흔들리는 노란 빛깔의 꽃을 감탄하면서 바라보았다. 아래쪽에는 보랏빛의 동그란 알리움이 모여 있었는데 마치 아기꽃 같았다.

오월 초반에 갔다면 수백 종류의 꽃이 만개해서 우리를 맞았을 것 같았다. 물론 앞서거니 뒤서거니 피어나기도 하겠지만 그날은 분명 오월의 끝자락이었고 따라서 자취를 감춘 꽃이 많았다. 생각해보니 아쉬움이 많은 하루였던 것 같다. 게다 공원을 다 둘러보지 못했으니 아쉬움이 더 클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