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문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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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담 (책을 읽고...)
밀란 쿤데라의 작품을 평하기엔 솔직히 버겁다. 나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는 내내 모호한 감정에 빠지곤 했었다. 다만 내용 파악은 쉽지 않았어도 잘 읽히는 소설이었다. 그건 그만큼 작가가 작품을 잘 다룬다는 것이며 또한 역량이 뛰어나다는 반증일 거라는 생각이었다. 그후 나는 프라하의 봄이라는 영화를 접했지만 그것 또한 느낌이 단순하지는 않았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관한 추억은 여기까지이다.
며칠간 농담이라는 밀란쿤데라의 장편을 읽었다. 농담은 루드빅이라는 주인공과 연관 되어있는 여러 사람이 소제목으로 등장하고 그들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형식으로 만들어져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루드빅의 주변인물은 친구이거나 혹은 연인이다. 소제목의 주인공들 또한 루드빅처럼 사회주의 체제에서 망가져간 지식인들이다.
대학생인 루드빅은 훈련활동을 간 아름다운 마르게따에게 엽서를 자주 보낸다. 그녀와 연애를 하고 싶어서이다. 두 사람 다 당에 입당하고 활동을 하고 있다. 엽서를 보내지만 마르게따는 그저 진지하기만 하다. 어느날 루드빅은 “낙천주의는 인민의 아편이다! 건전한 정신에는 우둔한 악취가 풍긴다. 트로츠키 만세!” 라는 불순한 엽서를 보낸다. 물론 농담이다. 이 엽서 때문에 루드빅은 사상을 의심 받고 결국 입대를 해야 하는데 탄광으로 간다. 말하자면 추방당한 셈이다.
그런 상황에서 만난 여자가 루치에 세베트코바. 둘은 사랑하지만 루치에가 성관계를 거부하고 도망가므로 헤어지게 된다. 십대 중반에 윤간을 당했던 루치에는 그게 두려워 성관계를 거부했지만 루드빅은 그녀가 처음이라서 두려워하는 줄만 안다.
그 두 사람의 사이에는 사고의 차이가 존재한다. 루드빅은 루치에를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았고 그녀 또한 스스로를 드러내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미묘한 차이를 작가는 잘 그려내고 있다.
소제목의 주인공들의 입장도 잘 그려져 있다. 작가는 각자의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다.(물론 작가들이야 밥먹고 하는 일이 그것이라지만...) 특히 작가가 그려가는 여자의 마음은 여자인 나까지도 감탄하게 한다. 작가의 눈앞에서는 인간의 마음속이 투명한 유리로 되어버리는 걸까? 읽어가면서 소설속의 인물들에 대한 이해가 쉬웠던 것은 1980년 전후의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루드빅의 엽서에서의 농담과 그 시대의 아이러니한 상황을 일컬어 작가는 농담이라는 제목을 붙였던 것 같았다. 이 소설은 약간 난해하지만 재미있다. 밀란쿤데라의 약력은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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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2006-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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