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코스는 빅토리아마운틴관광이었다. 중간에 잠깐 차를 멈춰 빅토리아마운틴을 구경했지만 짧은 시간이라서 희미한 기억밖에 없다. 가이드의 설명이 없었다면 그나마 봉우리의 이름들이 뇌리에 남아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차창으로 스치는 풍경을 보면서 다소 엉뚱한 생각을 했었다. 설명을 하자면 록키의 봉우리들은 대부분 영국황실의 가족들 이름을 따왔기 때문에, 캐나다인들이 그 이름에 대해 긍지를 갖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었다.

록키투어의 백미는 역시 레이크루이스라는 호수일 것 같다. 그날 호수 앞에서 사진을 찍던 한 커플을 보면서 우리는 탄성을 질렀다. 그들은 웨딩촬영 중인 것 같았다. 쌀쌀한 날이었지만 드레스는 얇았고 특히 들러리를 서는 여자들 중 하나는 어깨가 없는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촬영에 임하는 그들의 미소는 아름다웠지만 한편 걱정스러운 광경이기도 했다. 다만 수많은 관광객이 함께해서 뜻 깊은 결혼식이 될 것 같았다.

그날의 신부보다 더 화사하던 레이크루이스호수. 호수의 둘레를 따라 걷는데 마치 꿈속 같았다. 그 무렵엔 날씨까지 어느정도 맑아져서 기분이 무척 좋았다. 글로 아무리 아름답게 표현한다한들 사진만 할까. 사진이 아무리 아름답다한들 실제 풍경만 할까. 나는 사진을 보면서 그때의 풍경을 떠올리려 애를 쓰곤 한다.

에메랄드호수처럼 레이크루이스도 에메랄드빛을 띠고 있었다. 만년설을 가득 안고 있는 록키산을 뒤쪽배경으로 삼아 사진을 몇 편 찍었지만 잘 나오지는 않았다.

레이크루이스호수 주변에 풍경처럼 서 있는 샷또 레이스루이스호텔이 있었는데 나는 걸음을 멈추고 잠깐 그 건물을 쳐다보았을 따름이다. 그 숙소는 가난한 여행자에겐 언감생심이라고나 할까. 게다가 패키지여행은 시간을 엄수해야하기 때문에 호텔의 카페에 들러 커피 한잔을 하는 여유를 부릴 수도 없다. 레이크루이스호수를 절반도 돌지 못하고 우리는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주차장으로 왔다.

이튿날 일찍 들렀던 곳이 투잭레이크였다. 참고로 투잭레이크역이 있는데 거기에서는 닥터지바고라는 영화를 찍었다한다. 아쉽게도 그 역엔 가지 못했다.

레이크루이스를 여왕처럼 아름다운호수라고 한다면 투잭레이크는 공주처럼 예쁜 호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소 꾸며진 듯 인위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었지만 그곳의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사람의 손길이 닿기 전에는 요정들이 놀던 장소였을까. 내가 만약 화가였다면 벤치에 앉아서 잠깐 동안 스케치라도 했으리라. 어차피 풍경은 훼손되었겠지만 말이다.

스쳐지나가면서 사진을 찍은 밴프스프링스호텔은 1888년에 완공된 거라 한다. 중간에 객실을 더 추가하기도 했다는데 호텔의 한쪽에 설립자 동상이 서 있다. 귀족풍 호텔답게 동상도 양복을 입은 영국신사이다. 진한 커피색이었는데 오래된 건물 특유의 느낌이 묻어있었다.

곧 곤돌라를 탄다해서 마음이 부풀어 있는데 버스의 유리창에 빗방울이 스친다. 하늘도 지나치게 검은 빛깔을 띠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