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공간에 둥지를 틀은 지 7년이 넘었다. 인터넷에 들어오기 전 나는 동아리 활동을 했고 동아리 활동을 하던 멤버들은 대부분 등단을 했다. 더러는 신춘문예로 더러는 문예지로.

지금으로부터 8-9년 전쯤 경인일보 최종심에 작품이 오른 적이 있었다. 개 같은 세상이라는 작품인데 일상을 그렸기 때문에 낙오되었다는 심사평이었다. 신춘문예는 실험성이 강한 작품을 선호하기 때문에 탈락되는 게 당연할 수도 있다. 그 무렵 쓰였던 작품들은 더러 미숙한 문장들이 눈에 띄기도 한다. 꼼꼼히 들여다보고 수정도 해야 하는데 게으름 때문에 그냥 두고 있다.

동아리 활동을 할 때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나는 보고 말았다. 우리가 공부하던 문학원에서 강의를 하던 어느 작가가 신춘문예의 심사위원이었다. 그날 신춘문예에 투고한 작품을 심사하는 중이었는데 그 작가의 제자 작품이 최종에 올라와 있는 것이다. 네 작품이 최종에서 다투게 되는데 세 작품만 뽑아서 들러리를 세우는 중이었다. 결국 그 제자의 작품이 가작으로 당선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연출되었다.

나는 신춘문예에서 탈락한 이삼년 후 문예지에 작품을 내게 되었다. 추천 형식은 아니었지만  내 작품을 스승님께서 가지고 가셨다. 앞서 말한 신춘문예에서처럼 그런 식으로 등단작을 뽑게 되는 상황이었다. 그때 내 작품은 탈락이 되었다. 대신 심사를 했던 그 작가의 제자가 당선이 되었다. 훗날 스승님께서는 내 작품보다 못한 작품을 뽑았다, 라는 말씀을 내게 하셨다.

그런 식으로 등단하는 게 편법이라는 생각도 했지만 우선은 내 작품을 탈락 시켰다는 심사위원이 원망스러웠다. 나는 그 작가에게 왜 내 작품을 탈락 시켰느냐는 항변을 하면서, 적어도 같은 곳에서 공부하는 습작생의 경우에는 나갈 만큼의 실력이 되는지 알아 볼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말도 했다. 심사를 했던 그분을 스승으로 모시진 않았지만 그곳에 수강료를 내는 원생으로서는 당연한 얘기였다.

벌써 글쓰기 15년이니 등단이라는 말 자체가 어색할 수도 있다. 원고 청탁까지 받는 상황이니 등단을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비주류로 있으면 단편 청탁은 아예 받지 못한다. 한국문단의 현실은 등단을 한 작가들에게만 원고 청탁의 기회를 준다. 말하자면 알음알음으로 청탁을 받는 셈이다. 물론 작품을 자주 싣는 건 아니다. 등단작가들이 모래알처럼 많으므로.

시의 경우에는 원고료가 없다는 말도 들린다. 소설도 원고료가 얼마 되지 않는다고 들었다. 문예지들도  팔리지 않으니 적자를 그런 식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어쩌면 내가 받는 콩트의 원고료가 더 많을 수도 있다.

콩트를 싣게 되면서는 작품에 대한 칭찬을 많이 들었다. 계속 실어달라는 말씀도 하시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 게 좋겠단 말씀을 드렸다. 한 작가의 작품은 느낌이 같은 부분이 더러 있기 때문에 식상할 거라는 뜻에서였다.

콩트라고 해서 가볍게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 헨리의 작품은 단편이라고 하지만 콩트적인 요소가 강하고 대부분 짧다. 어릴 때 나는 오 헨리의 작품을 읽으면서 경이로움을 느끼곤 했다. 원고 청탁을 받을 경우 매수를 엄격하게 지켜야 하기 때문에 콩트로 만들지만, 매수에 신경 쓰지 않는다면 50매쯤 되는 짧은 단편을 만들 만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나는 단편을 만들 때에도 매수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70매이든 130매이든 내가 마무리를 해야 할 시점에서 마무리를 한다는 얘기이다.

혹자는 내게 묻는다. 왜 등단을 하지 않느냐고. 내가 소설가라고 하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이 많다. 등단도 하지 않은 사람을 어떻게 작가라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등단이라는 제도의 허점을 익히 보아온 나는 이렇게 답한다. 등단 그것 별 의미 없습니다. 개나 소나 다 하는 건데요. 물론 개나 소나라는 말은 비약일 수 있다. 하지만 한국문단은 문제가 많다. 그리고 등단을 하건 하지 않건 작품이 좋으면 되는데 굳이 등단의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겠는가?

다만 사생아로 있다 보면 내게 주어지는 기회가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자기 자식 돌보기도 바쁜데 사생아에게 눈길이나 주겠는가? 게다가 책이 팔리지 않으니 등단해봐야 고료 받고 작품 싣는 것도 꿈에 떡 얻어먹는 정도란다.

인터넷 공간에 작품이 있다 보니 독자는 꽤 된다. 그런데 수입으로 연결이 되지 않으니 속된 말로 말짱 도루묵일 수도 있다. 하지만 홈에 들어오면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솟는다. 어쩌면 나는 남자와 연애를 하는 게 아니라 글과 연애를 하면서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살면서 문득 돌아보니 망망대해에서 표류중인 배 안이다. 사람과 친분관계를 쌓으며 살아야 하는데 그게 결여되어 있으니 외로울 수밖에 없다. 글을 잘 쓰기 위한 선택이니 어찌 마다할 수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