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여행지는 몽모랑시폭포와 세인트로렌스강의 아일랜드인 오를레앙 섬. 몽모랑시폭포는 호텔에서 비교적 가깝다. 매표소에서 폭포까지 숲길을 한참 걸어야했다. 폭포 근처에 도착하자 폭포수가 내는 소리가 먼저 우리를 맞는다.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요란하다. 위쪽에서는 푸른 물인데 뒤섞이고 뒤집어져 흙탕물이 되어 떨어진다. 폭포수를 보고 있으니 마치 홍수를 보는 것 같다.  

우리는 그곳에서 몇 장의 사진을 찍고 또 몇 계단 내려가서 사진을 찍었다. 오를레앙 섬으로 가는 긴 다리가 필름에 담겼고 건너편의 지그재그 형태인 계단도 잡혔다. 우리는 폭포 위쪽으로 놓인 다리를 건너 건너편의 지그재그 계단을 내려와야 하는 운명이었다. 폭포수를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 서 있는 사위의 표정이 좋지 않다. 아마 고공 공포증 때문인 것 같았다. 사위에게는 폭포가 내는 소음이 스릴러 영화의 효과음처럼 들렸을 수도 있겠다싶었다. 다리를 건너니 잔디밭이 나왔다. 넓고 큰 언덕이었다. 띄엄띄엄 의자가 있었는데 우리는 잔디밭에 앉았다. 풀이 부드럽고 굉장히 깨끗했기 때문이었다.

일어나다가 작은 동전이 서너 개가 있어서 주웠는데 파운드화다. 누군가의 주머니에서 빠졌던 모양이었다. 어차피 찾아 줄 수 없는 그런 상황이라서 내 주머니에 넣었다.

그 언덕의 끝에 계단이 있었다. 건너편에서 사진을 찍었던 지그재그모양의 계단이다. 사진을 찍을 때는 아찔한 느낌의 계단이었지만 내려올 때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 계단의 폭이 넓어 나처럼 겁이 많은 사람도 무섭지 않나보다. 군데군데 정자를 비치해두었는데 갑자기 내리는 비를 대비한 게 아닐까싶기도 하다. 하지만 눈이 오거나 계단에 눈이 쌓여 있을 때는 통행금지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계단에서 내려오니 무지개가 보인다. 물보라가 빚어내는 신기한 현상 같았다. 날카로운 소리에 위쪽을 쳐다보니 밧줄에 매달린 여자가 보인다. 지프라인을 타는 중이었던 것 같은데 도르래가 고장 난 것 같다. 내 눈에는 공중에 매달린 여자가 덫에 걸린 새처럼 보이기도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리기사가 줄을 타고 여자 곁으로 다가간다. 지프라인의 줄이 너덧 개인 이유를 알 것 같다.

계단을 거의 다 내려오니 물바다였다. 폭포 가까이 갔던 사람들은 소나기를 맞은 듯 푹 젖기도 했다. 우리는 케이블카가 시작되는 곳까지 걸었다. 케이블카를 타고서 매표소로 가다보니 좀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이 든다. 폭포수가 케이블카와 멀찌감치 떨어져 있으니 말이다. 케이블카에서 정반대 방향의 하늘을 보니 상당히 맑다. 대다수의 사진은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으니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