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문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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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마와 개
일요일 아침에는 버릇처럼 늦게 일어난다. 푹 잤기 때문에 이 일만 일어나지 않았다면 평화로운 하루의 시작이었다.
버릇처럼 하품을 하며 주방 앞으로 걸어갔다. 들과 하늘을 가두어 버리는 작은 창에 뭉클뭉클 연기가 피어오른다. 내다보니 하늘이 온통 시커멓다. 이건 분명 화재이다.
포도밭에 딸린 오두막일까? 아니면 그 앞 공장건물? 어디나 공장에는 한 두 개의 콘테이너가 딸려있다. 그 박스에는 주방이 있고 방이 있으며 사람이 산다. 그 박스의 문 앞쪽에서부터 타버린 게 아닐까? 그 안에는 몇 명이 자고 있었을까? 차라리 외박을 나가서 비어있었을까? 나는 여러 가지 상상을 하면서 한참동안 그곳을 바라보았다. 솟아나는 연기 아래 날름거리는 화염이 멀리서도 확연히 보인다. 이럴 땐 근시가 아니라는 게 내겐 부담이다.
타고 있는 건물을 바라보면서 밥을 했다. 한달음에 가고 싶지만 만만치 않는 거리기도 하려니와 사람이 몰려들면 진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그만두었다.
식사 후 딸을 데리고 그곳에 갔다. 항상 지나다니며 보았던 깨끗하고 번듯한 공장이었다. 이제 보니 벽의 표면이 양철이었던가 보다. 원래 널빤지 모양이었던 그것들은 제멋대로 찌그러지고 우그러져 있다. 게다가 연기에 그을리고 불에 먹혀 시커멓고 얼룩얼룩하다. 마당은 터진 비닐 봉지에서 흘러나온 우박 모양의 입자들이 수북수북 쌓여있다.
앞 포도밭 주인에게 물어보니 아래쪽은 공장이고 위쪽은 사람들이 거처하는 콘테이너였단다. 화공약품이 많아 불길은 아직도 잡히지 않고 있었다. 포크레인 기사가 불길이 닿지 않는 그 앞쪽에서 양철더미를 걷어내고 있었다. 새벽 세시에 불이 났다는데 그 안에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되었다는 말일까?
"개가 보이지 않네요."
나는 문득 그렇게 중얼거렸다.
"예... 저도 못 봤어요. 놀라서 도망쳤겠죠."
그런데 놀랍게도 안쪽에서 개가 나온다. 소방차와 화마에 쓰레기 더미가 되어버린 그 건물 사이에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 앞을 지나면 늘 앙칼진 소리로 짖던 그 놈의 그을린 털과 겁먹은 표정이 나를 안타깝게 한다. 사람들을 쳐다보고 서 있던 그 놈이 무슨 생각에선지 다시 안쪽으로 들어간다. 목을 길게 빼어 쳐다보니 그놈은 물이 질펀하게 고여있는 건물과 담 사이를 끼고 돌다 주저 앉는다. 나는 하염없이 앉아있는 그 개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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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2006-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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